지리산고로쇠로 한창인 의신마을
봄마중 봄을 기다리기보단 한발
앞서 봄맞이에 열심인 정종환씨와
그의 가족, 그리고 의신마을 사람들에게
지리산고로쇠는 언제나 듬직한 자산이
되어줄 거라고 믿습니다.
유걸 기자
지리산고로쇠 수액 채취로 봄마중에 한창인 정종환씨
ⓒ www.naturei.net 2006-02-24 [ 유걸 ]
봄을 알리는 매화나 산수유, 동백꽃을
기다리기에 앞서 이곳 지리산에서
봄 마중에 바쁜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지리산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사람들입니다.
고로쇠나무의 수액 채취는 보통 2월말 우수 전후에
시작해서 4월 중순인 곡우 무렵까지 이어지는데,
지금부터 3월 초순인 경칩까지가 절정이라고 합니다.
하동군 화개면 쌍계사에서도 십오 여리를
더 들어간 대성리 의신마을. 지금은 도로가
포장되어 아무 때나 차가 드나들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첩첩산중 오지마을의
하나였습니다. 이제는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는 곳 중의 하나입니다.
대성리에서 좌측 의신마을을 거쳐 오르면
지리산 벽소령에 이르고, 우측 대성골로는
세석평전에 닿습니다.
봄을 알리는 지리산 계곡
ⓒ www.naturei.net 2006-02-24 [ 봄마중 ]
이곳 토박이로, 다른 사람보다 앞서
부지런히 봄을 맞이하고 있는
정종환씨를 찾았습니다. 정종환씨는
‘봄마중(http://www.woodwater.co.kr)’이란
상호로 지리산 고로쇠를 채취해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한국수액협회
부회장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의신 집으로 찾아간 날, 이웃농가에서
채취해온 고로쇠수액을 저온창고에 옮기는
작업 중입니다. 이웃 다섯 농가와 공동으로
고로쇠수액을 받아 판매를 한다고 합니다.
고로쇠 수액을 싣고 온 김영섭씨와 부인은
전형적인 지리산 사람들입니다. 주름지고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도 환한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지리산에서 고로쇠 수액을 채취한
지 30여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수액 채취에 호스를 처음으로 도입한 분이라고
합니다. 옆에서 정종환씨가 지리산 박사라고
소개합니다. 지리산 곳곳 모르는 곳이 없답니다.
어느 바위 밑에 어떤 뱀이 있고 어디에
가면 어떤 약초가 있는지 훤히 꿰뚫고 있다고
합니다. 김영섭씨는 벽소령에서 칠선봉으로
이어지는 덕평봉 아래 선비샘 밑에서 수액을
채취한다고 합니다. 연간 18리터 말통으로
천통정도를 생산한다고 합니다.
지리산고로쇠 수액 채취 30여년 경력의 김영섭씨 부부
ⓒ www.naturei.net 2006-02-24 [ 유걸 ]
정종환씨는 지리산 명선봉 아래 총감샘 밑에서
고로쇠수액을 채취한다고 합니다. 다른 또 한분은
세석평전 오르기 전 음양수라는 곳에서 채취를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다섯 농가가 700고지 이상,
지리산 깊은 골에서 채취한 고로쇠를 저온창고의
대형수조에 통합하였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작은 용기로 배분해 택배로 보낸답니다. 이렇게 하면
고로쇠 수액 맛이 균일화되고, 과정 중에 불순물이
제거되고 음이온이 공급되는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요즘은 물량이 달릴 정도로 예약 주문이 많다고 합니다.
고로쇠 수액을 한 대접 건네받습니다. 수액이 마치
계곡물처럼 맑습니다. 이게 무슨 맛이 있을까, 궁금하지요.
주욱 들이키고 나니 엷은 단맛에 목구멍 안쪽에서
향기가 납니다. 지리산에서도 이곳 고로쇠 수액의 특징이라면,
채취하는 곳이 700고지 이상이라 당도가 높고 쉬 변질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오래 보관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고지가 높고 기온이 낮으면 맛도 좋아진답니다.
고로쇠나무 수액은 약알칼리성 생체수로, 수액에는
칼슘, 칼륨, 마그네슘, 나트륨의 미네랄 성분이
일반 물보다 7∼15배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무 이름 고로쇠는 뼈에 좋은 물이라는
뜻의 골리수(骨利水)라고 합니다.
다섯농가의 고로쇠수액을 통합, 보관, 배분하는 저온창고내 장비
ⓒ www.naturei.net 2006-02-24 [ 유걸 ]
수액을 그대로 마시는 우리와 달리 캐나다에서는
설탕단풍나무의 수액을 시럽으로 만들어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종환씨는 2004년 11월에
직접 캐나다까지 건너가 이 분야를 직접 견학하고
왔답니다. 앞으로 고로쇠 수액을 이용한 가공 분야를
추진 중인데 구체적인 것은 비밀이라고 합니다. 직접
저온농축 했다는 고로쇠농축액을 맛보라며 조금
따라줍니다. 14대 1정도로 농축했다고 합니다.
토종꿀처럼 갈색 투명한데 내 입맛엔 꿀보다 훨씬
당도가 높고 감칠맛이 있습니다. 4월로 넘어가면
수액은 많아지는 반면 찾는 사람이 적어 판매가
어려운데, 이를 활용해 가공상품을 개발하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합니다.
전량 직판이라 주문을 받고 택배를 보내는 일로 부인 또한 늘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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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쇠 수액 채취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산림청에서 실시하는 수액 채취 교육을 이수한 자
라야 한답니다. 채취할 수 있는 곳도 사유림이
아닌 이상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곳은 대부분 국립공원 내 국유림이기 때문에
산림청의 허가를 받아 세금을 내고 채취한다고 합니다.
이곳 대성리에서 한 해 전체로 말통 20,000개 정도의
고로쇠 수액이 생산된다고 합니다. 대성리 사람들에게
고로쇠는 정말 금처럼 귀중한 소득자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꾸지 않아도 자연이 주는 선물인 셈이죠. 이제 이곳에서도
고로쇠나무를 심는 농가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10년 정도면
수액 채취가 가능한데, 다른 과수나무에 비해 연륜이
경과할수록 수확량이 늘어나니 이보다 좋을 수 없겠지요.
첨에는 멋모르고 만주고로쇠니 해변고로쇠니 하는 것들을
들여다 심었는데 이곳 지리산 고로쇠에 미치지 못한답니다.
고로쇠, 뼈에 좋은 물이라는 뜻의 골리수(骨利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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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씨가 돌아간 후 이번에는 새로 맞춤 제작한
‘봄마중’ 고로쇠 수액 박스포장을 실은 트럭이 들어옵니다.
내려 쌓는 작업을 합니다. 모두 2천장이라고 합니다.
일부 포장의 경우 안쪽에 은박처리가 되어있습니다.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한 거랍니다.
2배정도 원가가 더 들어간다고 합니다.
작업이 끝나니 얼추 다섯 시 반이 넘어갑니다.
혹 해가 져서 산에서 취재가 어렵지 않을까 조바심이 납니다.
드디어 말통을 실은 트럭을 타고 서너 가구가 모여 있는
삼정이란 곳을 지나쳐 비포장 임도를 덜컹덜컹 대며 올라갑니다.
온몸이 모두 들썩입니다.
삼정에서 1키로 여를 올라간 곳에서 차를 후진해
600리터 파란수조 가까이에 멈추어섭니다.
언 땅이 녹아 진창이라 진입에 애를 먹습니다.
파란통에 모아진 고로쇠수액을 잠금장치가 달린 호스를
이용해 말통으로 옮겨 담습니다. 명선봉 아래 총각샘
밑에서부터 이곳까지 약 4키로미터에 걸쳐 마치 생선의
가시처럼, 검은 주선 호스에 1,500여주의 고로쇠나무가
투명 지선 호스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직접 일일이 물통을 져 나르는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놀라왔습니다. 마치 잘 뚫린 고속도로를 보는 듯합니다.
장장 4키로, 1500여주의 고로쇠나무에 연결되어 수액이 이곳에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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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이 수액을 옮겨 싣는 동안 정종환씨가 주변의 고로쇠
채취 현장을 안내해 줍니다. 무릎높이의 고로쇠나무에
세 개 정도의 투명 호스가 박혀 있고, 이것이 하나로
합쳐져 검은 호스로 연결됩니다. 지난 해 뚫었던 흔적도
있는데 상처가 아문 것처럼 단단합니다. 예전에는
12미리 콜크를 사용했는데 이젠 나무 보호를 위해
8미리 콜크를 사용한답니다.
콜크에 나사홈을 만들어 나무 표피에 밀착되도록 한 것은
정종환씨의 아이디어라고 합니다. 이외에도 지선 호스를
주선에 편리하게 연결하는 장치 등이 정종환씨의 실용신안
작품이라고 합니다. 고로쇠 한 나무 수액 채취에 50원 정도의
로열티가 들어온다고 합니다.
검은 주선 호스는 5년에 한 번, 투명 지선 호스는 1년에 한 번
교체를 해준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일반 사람들보다 앞서
눈 쌓인 겨울 지리산에 올라 나무에 새로이 구멍을 내고 콜크를
박고 호스를 연결하는 등의 작업으로 2월 한 달을 바쁘게 보낸답니다.
검은 호스는 햇볕을 차단해 수액의 변질을 막고 쉬 얼지 않는 등의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왼쪽이 정종환씨가 새로 개발한 신형 콜크
ⓒ www.naturei.net 2006-02-24 [ 봄마중 ]
정종환씨는 고로쇠 수액 채취 이외에도 봄에 꽃이 피면
양봉을 하고, 여름에는 매실을 따서 매실액을 담그고,
지리산 야생 솔잎으로 솔잎 액을 만드는 일을 한다고 합니다.
가을에는 밤을 따고 수집해 황률(껍질을 까서 말린 밤)을 만들고
감으로는 감식초를 만들면서, 연중 내내 지리산에서의
하루하루를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고 있답니다. 지난해에는
이렇게 해서 1억8천만 원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고 합니다.
봄을 기다리기보단 한발 앞서 봄맞이에 열심인
정종환씨와 그의 가족, 그리고 의신마을 사람들에게
지리산고로쇠는 언제나 듬직한 자산이 되어줄 거라고 믿습니다.
